혹시 병원에서 파라핀 블럭을 가지고 오라는 말씀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다른 병원으로 간 다음에 이 말씀을 듣게 됩니다.
왜 병원에서 파라핀 블럭을 가지고 와야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슬라이드를 만드는 과정을 알아야 합니다.
조직은 두껍기 때문에 현미경의 빛이 통과할 수 없습니다. 얇게 깎는다고 하여도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직을 얇게 깎기 위해서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파라핀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된 것을 파라핀 블럭이라고 합니다. 이 것을 얇게 깎고 (보통 3~5um) 현미경에서 볼 수 있게 염색(H&E, Hematoxylin and eosin) 을 한 후에 현미경으로 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렇게 만들어진 슬라이드만으로 진단에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병원에서 파라핀 블럭을 가지고 오라고 할까요? H&E 염색된 슬라이드 만으로는 병명을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두리뭉실한 진단명으로 치료 받기를 원한다면 별 상관은 없겠습니다만, 그것을 원하시는 분들은 없을 것 같습니다. ㅡ_ㅡ;;
따라서 파라핀 블럭으로 할 수 있는 검사에 어떤 것이 있는지 알면 가지고 와야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겠죠?
1. H&E 염색입니다.
H&E 염색을 또 왜 해야 하나하고 물으실 분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시행하는 곳마다 그리고 같은 곳에서 염색을 하더라도 염색되는 정도가 다릅니다. 파랗다, 시퍼렇다, 빨갛다, 시뻘겋다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2. 면역조직화학 염색입니다.
면역조직화학검사(Immunohistochemical stain)에 대해서 쉽게 설명드리면 특정 암 혹은 조직에서 보이는 단백질을 보는 검사입니다. 감별 진단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3. ISH (In-situ hydridization)검사 입니다.
일부 저렴한 검사 항목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소 고비용의 검사입니다. 가장 흔하게 하는 것 중의 하나는 Herceptin을 사용하기 앞서서 시행하는 Her-2/neu 에 대한 FISH 검사입니다.
4. PCR 검사입니다.
포르말린을 사용한 조직 제작 과정 부터 DNA의 손상이 일어나지만 그래도 요긴한 검사입니다. 대표적인 검사에는 결핵균을 찾는 속칭 Tb-PCR 검사입니다. 림프종에서는 TCR 혹은 IgH 에 대한 rearrangement 에 대한 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
5. RT(Reverse transcriptase)-PCR 입니다.
이 검사는 DNA 보다 취약한 RNA를 사용하는 검사입니다. RNA는 몸 밖에 나온 이후부터, 특히 포르말린과 궁합이 매우 좋지 못합니다. 그래도 역시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일부 검사는 해볼 수 있습니다.
파라핀 블럭을 사용한 검사는 크게 5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환자 분이나 보호자 분은 이 파라핀 블럭을 대출할 경우 보증금 문제도 있고 반납을 다시 하러 가야한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그래도 진단에 꼭 필요하니 병원에서 파라핀 블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면 꼭 가져와 주시길 바랍니다.